2022 회고

결론만 놓고 보면 굉장히 아쉬운 한 해다.

주니어 개발자로서 제일 바빴어야 할 시기에 보람차게 보내지 못했다.
타인이 보았을 때 많은 경험을 했네 열심히 살았네 생각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쉬운 한 해였다.

이번 회고에서는 개인적으로서의 회고와 개발자로서의 회고를 섞어서 작성할 듯하다.


손해 보는 정직한 회사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다 보니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비개발적인 업무도 굉장히 많았다.
직접 배차를 위해서 하루에 50 통정도는 기사님들과 담당자와 통화한 거 같다.

코드 짜다가 중간중간 치고 들어오는 배차업무에 집중은 당연히 흐트러지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았다.

처음엔 개발하다 중간중간 이것저것 하는 일에 지루함을 떨칠 좋은 일이라 생각했지만

잘못되었다고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과 떠드는 걸 좋아하니 고객사 담당자와 차주와 항상 통화하면서 조율해주는

책임감에 들떠있었을 즈음 말도 안 되는 단가와 요구사항이 줄지어서 나왔다.

B2B중개였으면 모를까 B2C에 가까운 서비스이다 보니 매 통화시마다 비용적인 문제로 기분이 상한다.

(이쯤 되면 나 개발자 맞는지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다른 업체들은 많이 떼먹는다고 다들 욕하는데 왜 우리는 잘해도 손해인건지 좀 알고 싶다.
가뜩이나 머리 아픈 와중에 요소수 문제가 터지고 화물연대가 파업했다. 틈만 나면 파업한다.

그 와중에 망할 푸틴놈 때문에 전쟁이 터지고 기름값이 치솟았다.

(왜 기름값이 올랐는데 내가 벌벌 떨었는지 과거의 내가 불쌍하다.)

이를 이해하고 금액을 맞춰주는 천사 같은 담당자가 있는 반면에 배짱 좋게 나오는

담당자도 있었다. (~물론 위에서 압박 주는 거겠지만)~ 시간 안에 잡아줘야 하고 손해를 최소화해야 하니

개발보다는 어떻게 해야 손해가 적게 나고 빠르게 배차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이 더 많았던 거 같아서 아쉬웠다. 잘못된 게 아닌 건 알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좋은 경험

물론 방구석 개발자들이 체험하기 어려운 값진 경험이기도 하다.

직접 서비스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사이클을 이해하고 직접 사용해보면서 UI/UX측면도

아주 미약하지만 직접 개선해볼 수 있었고(~얼마나 개선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개발자인 동시에 사용자이니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되고 기획을 세우고 내 업무가 되었다.(응…?)

디자이너가 없으니 일단 투박하게 개발자가 고민한다. 공대생들 모이면 답도 없다는 걸 느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잘 만들어진 서비스들 하나씩 하나씩 뜯어보며 돈 많이 받았을

UI/UX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인다.

처음으로 피그마도 써보면서 나랑 디자인은 안 맞는걸 다시 한번 확신했다.

또 고객사에게 견적을 작성해서 메일을 보내는 경험도 해보았다. 개발자는 이런 거 안 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하고 있었다.

뭔가 회사원이 된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나 회사원 맞지 참~)




드디어 등장한 구세주

배차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5월부터 생겼다. 드디어 개발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다.

물론 중간중간 이슈가 많아 배차를 지금도 완전히는 놓지 못하고 있지만..

담장자 부재시나 휴가시 개발자들이 배차를 하고 있는데 뭔가 스스로 화가 많아졌다.

맛있는 개발을 집중해서 하다가 배차를 하게 되면 괜히 화가 난다.




화풀이는 담당자에게

제목이 좀 이상하지만 스스로 내린 결론이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고 옛말이 맞더라.

비용에 예민한 건 알겠다만 그건 당신들 사정이고 급한 건 당신들 아닌가?

내가 이득은 못 보더라도 손해 보면서까지도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가

생각이 들 때쯤 자기 방어 수단인진 모르겠지만 화살은 뻔뻔함이 되어 고객에게 날아갔다.

당장 급한 건 당신들인데 나는 할 만큼 했다 더 하려면 비용을 부담하시던가 다른데 알아보라고.

나는 못한다라고 반쯤 당당하게 말했다.

뻔뻔해 보이겠지만 말했듯이 해내도 손해라면 안 잡고 펑크 내는 게 나는 맘 편하고 손해도 안 본다.

회사입장에선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이이제이다.

근데 이게 정답까진 아니라도 부분점수는 있더라. 적반하장으로 나가니 그제야 고객들을 컨트롤하기 편해졌다.

물론 우리가 남들보다 적은 이윤을 남긴다고 확신하기에 할 수 있는 뻔뻔함이겠지만.

호의를 베풀면 호구된다는 게 학계의 점심. (~물론 잘해주는 담당자에게는 손해 봐도 잘해준다. 대표님 죄송…~)


드디어 끝내버린 외주

작년부터 개발자 친구와 같이 맡아서 하던 프로젝트가 4월에 드디어 끝이 났다.

사실 터무니없는 가격에 맡은 만큼 터무니없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끝냈다.

개발하면서는 몰랐는데 만들고 나니 피해자가 굉장히 많이 생긴 프로젝트였다.

뭐 나야 돈 받을 거 다 받았으니 상관없다만 ~프로젝트 cs메일로 법무법인에서 협박성 메일도 받았다.~

그러게 왜 의뢰자는 대기업을 건드려가지고…

두 번째 프로젝트는 8월에 만났는데 마찬가지로 어둠의 세계의 분들이었다.

큼직큼직한 걸 하자고 제안을 받았는데 필리핀에 잡혀가서 여권 뺏길까 봐 안 한다고 거절했다.

그래서 작은 프로젝트라도 해달라고 요청받았는데 비싸게 부르면 안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크게 불렀는데 ㅇㅋ 해버렸다.

근데 내가 만들기에는 신뢰성도 부족하고 오래 걸릴 거 같아서 크몽에 10% 가격으로 맡겨버렸다.

이틀 만에 완성해서 받았다. ~나 어쩌면 장사꾼 체질일지도 모르겠다.~

이후에도 프로젝트 제안을 꾸준히 받았지만 어느 날부터 잡혀갔는지 소리소문 없어졌다.

안 하길 잘했다.


혼자 맡아보는 홈페이지 개발

사실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했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핑계 집어치우고 게을렀다.

다른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게을리했고 결국 지금까지 끌고 왔다.

내가 개발하는 것도 아니라 기획만 하고 외주 맡기는 건데도 기획하기 싫고 재능도 없어서 미루고 또 미뤘다.

지금에서야 연말에 바쁘게 업보청산중이다.

지금은 다행히 괜찮은 외주업체를 만나 작업 중인데 역시 이런 건 하던 사람이 해야 한다.


생판처음 해보는 앱개발

진짜 어렵다.

크로스플랫폼이라서 ios 랑 android 둘 다 뚱땅뚱땅 될 줄 알았는데 망할 놈들

지원해주려면 같이 해주지 꼭 문제 일으킨다. 둘 다 기본폰트나 색상도 다르고 컬러 색감도 다르고

그냥 맘 편하게 네이티브로 갈 걸 그랬다. 하나 빌드하면 하나 깨지고 그래서 일단 안드로이드만 잡고 급하게 개발하고 있다.

재미는 있는데 너무 바쁘다.

그래도 올 해 하는 것 중 제일 보람차다.




다양한 인연

스터디와 오픈챗방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났다.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었고 반 만 따라가도 소원이 없겠다 싶은 사람도 많았다.

지금까지는 나이 믿고 까불었는데 이제는 슬슬 똥줄 탄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내년엔 부러워만 하지 말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은 해야겠다.

가산디지털단지는 당근을 해도 개발자가 나오는 신기한 동네다.

그 인연으로 여러 회사분들을 만났고 연락하고 지내고있다. 덕분에 넷마블도 가보고

다양한 경험을 해본 한 해였고 미천한 나를 좋게 봐주시고 좋은 오퍼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홀로 상경해서 외로워서 나간 모임들이었는데 사람을 많이 얻었다. 인복이 좋나 보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 같은 건 그만큼 돈 있는 사람들만 사는 건 줄 알았다.

월세만 전전긍긍하던 나는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어렸다.

중기청이 되는 걸 알자마자 신청했고 급한 대로 잔금은 엄마찬스를 써버렸다.

월세랑 비교했을 때 왜 이제이걸 알았나 후회했다.

금리 1.2%는 깡패라는 사실과 빚 많은 사람을 한심하게 보던 시선이

대출이 그만큼 나온다니 대단한 사람이었구나로 변했다. 아무튼 신축에 첫 입주고 회사가 걸어 다니는 거리라 만족하고 잘 살고 있다.


업어치기 연습

유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운동이기도 하고 같이 다녀줄 친구가 생겨서 한 달째 다니고 있다.

너무 힘든데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체력을 쓰면 체력이 좋아지는 인간은 참 신기한 동물이다.

길 가다 흔히 보이는 배불뚝이 아저씨들이 유도관에 오면 날아다닌다.

역시 숨은 고수는 많이 존재하는듯하다. 길 가다 어깨빵 안 하게 조심해서 다녀야겠다.

얼마나 다닐진 모르겠지만 하는 동안은 안 빠지고 열심히 해야겠다.




내년엔 뭐 하지

글이나 열심히 적어보려고 한다.

블로그도 옮겼겠다 소소하게 월 1만 원 블로그 광고수익내기와 혼자 내버려 두어도

굴러가는 서비스를 하나 만드는 게 목표다. 수익성보다는 혼자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서비스를 만들 거다.

사실 예전부터 기획해둔 건 있는데 공익 목적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돈이 안된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재능기부하는 셈 치고 해 봐야겠다.

기본에 충실한 개발자가 되야겠다.

기본공격은 할 줄 모르고 스킬만 쓰는 느낌이라 새로운 것보다는 하기 싫어 넘겼던 부분을 좀 중점으로 공부하려고 한다.

확실히 베이스가 튼튼하지 못하니까 나중에 삐걱대는 게 조금씩 체감된다.

일 못하지 않는 개발자가 되야겠다.

굉장히 애매한 말이지만 몇 달 있으면 3년 차다.(나 ~따위가..?~)

이제 신입이라는 무적의 방패가 소멸된다. 일 잘하는 개발자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일 못하는 개발자는 안되야겠다.

딱 1.3인분 정도는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야겠다.

일정을 마이크로매니징 해야겠다.

MBTI 맹신론자로서 나는 완벽한 P였는데 어느 날부터 바쁘게 살기 위해 캘린더에

미친 듯이 일정을 잡고 계획을 세웠다. 여행을 가도 식당하나 안 알아보고 보이는 곳

대충 들어가는 나라서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일정을 하나하나 넣어두고 실천하려고 하고 있다.

생각보다 의미 있고 도움 되는 거 같아서 좀 더 세분하게 쪼개서 관리해보려고 한다.